영양고추와 어우러진 산채의 맛 - 영양 산채비빔밥
태백산맥의 지맥이 3면을 둘러싸고 있어 어떤 길을 달려도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넘어야 도착할 수 있는 곳, 그래서 육지속의 섬이라 불리우는 영양은 어지간해서는 해발 500m를 내려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서리가 흔하고 햇빛이 귀하다지만, 봄은 덜 녹은 눈 사이 이름 모를 들풀로, 나무그늘 아래 기대어 앉은 농부의 햇살 속 나른함으로 어느새 찾아와 영양을 물들인다.
봄 햇살 속에서 나른함을 느끼고, 몸도 입도 노곤해 질 무렵 미각을 돋우는 건 역시 산나물이다.
봄날 느끼는 산나물의 맛은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고유의 맛인지도 모른다. 가난했던 시절, 적은 밥으로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산나물은 배고픔을 잊게 해주고, 건강을 지켜주던 고맙고도 친근한 우리네 음식이었다.
산이 높고 골이 깊은 영양은 일교차가 심한 산간지방이어서 농사가 힘들었지만, 맵고 달콤한 고추와 몸에 좋은 산채가 많이 나는 자연의 혜택을 입었다.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는 영양고추는 일교차 덕에 식물성 지방이 많으며, 빛깔이 진하고 선명하다. 당질 및 비타민A, 비타민C 함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껍질이 두꺼워 고춧가루가 많이 나는 것이 특징으로 김치를 담글 때 영양고추를 최고로 친다.
가장 먼저 해와 달을 볼 수 있다 하여 이름 붙여진 일월산의 산채는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될 정도로 유명했다.
산나물의 향기란 사람들에게 길들여지면 안 되는데,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의 냄새를 머금고 있어야 한다. 심산유곡이라 할 수 있는 영양의 산채는 이러한 탓에 명품나물로 인정받고 있다.
영양의 특산물인 고추와 산채가 어우러진 음식이 바로 영양 산채비빔밥이다.
음식은 산지에서 최고의 맛을 내듯이 영양 산채비빔밥은 역시 산에서 먹어야 제 맛이다. 휘황찬란한 네온이 아닌, 높은 산지 속 산자락에 등을 기댄 영양의 마을들을 바라보며 빨간 고추장 한 큰술로 쓱쓱 비벼 먹으면 자연그대로의 맛이 느껴진다.
도시에 살았다고 해도 누구나 어릴 적 쑥 캐던 추억만은 가지고 있다.
고사리 손안 한줌 밖에 안 되는 나물을 캐고도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분 좋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산채비빔밥을 먹는 포만감 속에서 새록새록 가슴으로 부풀어 오른다.
영양 산채비빔밥은 건강과 포만감, 그리고 고향의 편안함을 전해주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음식이다.
ps. 산채 비빔밥은 사시사철 먹을 수 있지만 봄에 가면 제대로된 산채비빔밥을 즐길 수 있다.
가을과 겨울엔 산나물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